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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실고에서의 삶(자기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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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름가지 (125.♡.160.2) 댓글 0건 조회 9,876회 작성일 13-04-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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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다. 흐리고 불쾌하다. 몸이 적응하기 힘들정도로 더워졌다 다시 추워지기를 반복하는 듯 하다.
장흥실고에서의 삶 4년째. 내 삶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간들인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어두운 벽돌들을 한장 한장 깨는 시간인듯 싶기때문일까?!.
이곳에 있으며 난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었으며, 거의 항상 화가 나있었고, 분노를 표출했다. 수없이 많은 부정적 감정들이 저 밑바닥에서 올라왔으며 그것은 내 삶을 그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흔들어버렸다. 지금도 그 폭발은 계속되고 있다. 난 내 삶에오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허용하려 있는 용기 없는 용기 쥐어 짜내고 있다.
지금 내게 오는 삶들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또한 풀려남의 과정이길 빈다. 이제 더 이상 내 자신의 심판자가 아니라 허용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이길 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두려움에 꼼짝 못하고 살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내게 오는 것들을 당당하게 맞이하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길 빈다.
 
학교 교사로서 가장 흔하고 결코 피할 수 없는게 학생들과의 대면이다. 그러나 그게 정말이지 만만치가 않다. 아이들의 이유없는 반항과 불신에 찬 표정, 적개심, 무기력 그리고 학생 내부로부터 솟아나는 분노를 마주하노라면 얼마나 아뜩한지. 그리고 그런 학생들과 교사인 나사이에 쌓여있는 그런 불신의 벽들은 나를 저 밑바닥에서부터 돌아보게 한다. 학생들의 이유없는 적개심을 대하다보면 내 안에서 어떤 두려움이 일어난다. 그리고 거기에는 결코 가볍게 떨쳐내지 못할 어떤 감정들이 묻어 있는듯하다. 결코 남들처럼, 제정신이 아닌녀석들이 하는 짓에 내가 반응할 필요없다는 식이 아니다. 난 그 제정신이 아닌 듯한 학생들의 반응속에서 내 자신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다. 어떤 면에서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보는 듯하다. 과거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오는 불신과 분노, 소통의 단절. 그때 내가 억눌러 놓았었던 어떤 감정의 뿌리들을 다시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아버지를 부정하고, 그리고 내 자신의 감정들까지 부정하고 나니 내게 세상을 살아가며 지탱할만한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무엇에도 불안했으며, 흔들렸고, 아니 흔들렸다기 보다 삶이라는 큰바다에서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며 부유했다. 그러나 지금 난 어찌하는가? 과거에 부정했었던 그 감정의 뿌리를 다시금 우리학생들로 인해 보게 되는건 아닌가?!!! 불신과 두려움, 단절, 그리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책임 떠넘기기.
아, 바라건데 내가 이 학교에서 정말이지 철저하게 내 자신을 배우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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