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높은 것들이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공자 (211.♡.79.86) 댓글 1건 조회 6,873회 작성일 09-10-01 00:22

본문



fullmoon.jpg





높은 것들이 있다.
아무리 까치발을 하고 용을 써도 손에 닿을 수 없는 것들.

높은 곳에서 대롱거리며
어린 시절을 서글픈
낭패감에 젖게 했던
버스 천장의 둥근 손잡이들.

하염없이 아무개야, 아무개야 목청을
높이게 하던 친구 집 대문 위의
야속한 초인종.

끝내 지울 수 없었던 칠판 위쪽
선생님의 단정한 글씨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유혹과 갈망으로
종일을 서성거리게 하던
아득한 선반 위의 달콤한 것들.


하지만 훌쩍 자라,
몸이 길어진 만큼 세상은 낮아져서,
이제 버스 손잡이쯤이야
손쉽게 잡을 수 있게 됐지만,
선반 위의 군것들을
손에 넣지 못해 안달하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시야에서 높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은 또 다른 높은 것들을 찾아내,
목은 자주 마르고,
정신은 긴 휴식을 알지 못한다.

지혜의 목소리는 타이른다.
너무 높아서 올라가기 힘든 나무는
쳐다보는 게 아니라고.

그러나 그것은 욕망이 없는 자,
그저 욕망을 바라보는 자,
욕망을 지나온 자의 지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욕망하는 자의 지혜는 될 수 없다.

욕망이 어디 그렇게 만만하고
순순한 것이던가.
욕망은, 다가갈 수 없을 수록
더 불타 오르고,
잡을 수 없을 수록 더
간절해지는 것이 아니던가.
멈춰지지 않는 이 응시는,
멈춰지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운명을 닮아 있다.


그 운명의 열기로,
나는 여전히 바라본다.
크고 강건한 사유들,
깊고 서늘한 아름다움들,
자유와 평화의 나날들,
왈칵 설움이 북받치도록
눈부신 당신.
너무 높은 것들...


27798196_349x240.jpg 2009 . 9 .30


Brian Crain - Voice From The Past



티벳우리에게는20090608.01100124000016.01M.jpg


댓글목록

ahffk님의 댓글

ahffk 아이피 (112.♡.175.93) 작성일

감사합니다^^

Total 6,275건 227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25 ! 5853 06-12-20
624 토담 7610 06-12-19
623 길동무 10521 06-12-20
622 토담 6832 06-12-19
621 나비 6626 06-12-19
620 김재환 5800 06-12-18
619 메주 5888 06-12-19
618 아리랑 9722 06-12-18
617 청산 6794 06-12-17
616 영웅 14127 06-12-15
615 공자 5315 06-12-15
614 둥글이 5955 06-12-14
613 둥글이 9024 06-12-14
612 길동무 5748 06-12-13
611 둥글이 6191 06-12-12
610 amoro 11204 06-12-12
609 청산 6100 06-12-12
608 과메기 5352 06-12-11
607 황국덕 7545 06-12-09
606 둥글이 14382 06-12-08
605 공자 6497 06-12-08
604 징징이 6478 06-12-07
603 loveismust 14709 06-12-07
602 둥글이 5815 06-12-06
601 아리랑 5793 06-12-06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3,233
어제
6,078
최대
18,354
전체
7,129,258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