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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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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211.♡.172.225) 댓글 0건 조회 7,559회 작성일 08-03-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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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는 자신을 장미와 비교하지 않는다.
자신은 작고 장미는 크다고 하여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장미만 바라보고 장미만 칭송하며
자신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하여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장미는 여왕의 응접실 화병에 꽂히고
자신은 황소의 발길에 속절없이 짓밟힌다고 하여
슬퍼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꽃잎은 작고 연하고 장미의 잎은 크고 붉다고 하여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들국화는 그냥 존재할 뿐이다. 들국화로..
해님의 따사로운 사랑을 받으며..
달님의 서늘한 손길을 느끼며..
맑은 이슬의 달콤함을 마시며..
더운 여름날의 피로를 식혀 주는 산들바람의 위로를 받으며..
꿀을 먹으려고 찾아오는 벌들의 윙윙 노랫소리를 즐기며..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그냥 존재할 뿐이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날 죽음이 찾아오면
그냥 온몸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살려고 저항하지 않으며
몸부림치지 않으며
그냥 제 몸을 내줄 뿐이다.
영양은 사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은 약하고 사자는 강하다 하여
사자를 우러러보지도 않는다.
사자에게 쫓기고 사자에게 먹힌다고 하여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도 않는다.
사자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사자에게 쫓기면 힘껏 달아나고
힘껏 대항하고.. 그래도 힘이 부쳐 잡히면
그냥 운명을 받아들일 뿐이다.
자신의 몸에 사자의 이빨이 박혀 아프고 고통스러우면
그냥 그 고통을 받아들일 뿐이다.
다음 세상에는 사자로 태어나야지.. 하고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의 몸이 보람 있게 쓰이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이 의미 있게 살았는지 헤아려보지도 않는다.
자신이 과연 사자에게 잡아먹힐 운명인지 아닌지..
잡아먹힌다면 언제 어디에서 잡아먹힐지
점쟁이에게 물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운명을 피하기 위해 굿판을 벌이지도 않고
부적을 붙이지도 않는다.
그냥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불현듯 그런 운명이 찾아오면 그냥 몸을 내줄 뿐이다.
참새는 자신을 공작과 비교하지 않는다.
공작처럼 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공작이 우아하고 화려하다고 하여
공작이 되기를 갈망하지도 않는다.
참새는 그냥 참새로 존재한다.
그럴 때 참새는 아름답다.
들국화들이 장미가 되려고 안달한다면,
영양들이 사자가 되려고 안달한다면,
참새들이 공작이 되려고 안달한다면,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장미가, 사자가, 공작이 되려고 애쓴다면,
... 어떨까. 자연은 어떤 모습일까.
2007.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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