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답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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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4,713회 작성일 21-11-06 18:40본문
(이 글은 카톡으로 온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질문>
선생님, 잘 지내고 계세요?
갑작스레 고민을 털어놓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주변에 마음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회사 다닌 지가 3년차인데 회사일이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입사 전에는 그토록 가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한 회사인데, 입사하면서부터 가슴이 꽉 막히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의 롤러코스터로 3년을 버틴 것 같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은 있긴 합니다만, 회사를 그만둔다는 선택이 여러 가지 두려움으로 쉽게 명료해지지가 않습니다.
삶이 주는 배움처럼 지금 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제때 배우지 못하고 그저 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그만두는 것일까봐 그것이 걱정이 됩니다.
최근에는 "여기 있는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 잘 해보자!"라고 다시 마음을 다독이는데도 도망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커집니다. 도망치고 싶은 그 마음에 있는 그대로 머물러줘야 할까요?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답이 늦더라도 선생님의 현명한 한 말씀을 꼭 듣고 싶습니다. 11월 날씨도 추운데 감기조심 하세요, 선생님.!
<답변>
○○아, 안녕?
문자 줘서 고맙다.
그동안 많이 힘들고 답답했겠구나...
근데 보렴, 만약 네가 진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면 나에게 이렇게 문자 하지도 않고 바로 나와버렸을 거야, 그치?
다시 말해, 네 마음 안에서는 아직 결정이 안 되었다는 것이지.
"회사를 그만둔다는 선택이 여러 가지 두려움으로 쉽게 명료해지지가 않습니다."라고 네가 말한 것처럼.
그런데 네 마음이 힘든 것은 '선택'해야 한다는 데에 너무 초점이 가있기 때문이야.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가 지금 이렇게 선택해야 할지 저렇게 선택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야.
'모른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과도 같은 것이란다.
그러니, 이렇게 한번 해보렴.
앞으로 1주일 동안 회사생활은 그대로 하면서 네 마음의 초점을 '선택'에서 '모름'으로 옮겨 그 '모름' 속에 가만히 한번 있어 보렴. 네가 '선택'하기를 진실로 멈추면 그 '모름' 안에서 '선택'이 저절로 일어나 네 앞에 나타날 거야. 그게 진짜 '선택'이지.
단지 그때까지 기다리면 돼.
이 글 맨 마지막에 이렇게 썼더구나.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너 자신과 함께 하는 것, 그 '모름'을 따뜻이 보듬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의 첫걸음이란다.
<질문자>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너무나 옳은 선택을 내리려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와 같이 머물러준다는 개념을 '모르는 나'에 머무른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요...
늘 잘 알고 싶어서 명료함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판단이 안 서는 자신과는 함께 있어 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나를 싫어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마음에 모른다라고 답해주고, 모르는 자신과 함께 있어 주겠습니다. 왜인지 생각만으로도 편해지는 기분입니다.
저는 늘 저 자신에 대해서도, 상황에 대해서도 앎이 생기면 기뻤는데, 제가 진짜로 모른다는 사실은 제게 있어 또 새로운 앎(?)인 것 같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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